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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매일경제] 6.25 '유엔 참전용사' 손주 4명 "한국서 공부해 꿈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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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0-07-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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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숙명여대로 유학을 와서 4년째 문화관광학을 공부 중인 콜롬비아 유학생 스테파니 아르구에요(28). 그녀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5일 5000여 명의 콜롬비아 전우들과 부산항을 통해 한국에 파견됐다. 3년간 한국전쟁의 포화 속을 누볐던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뒤인 1954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매일경제신문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외국인 참전용사 후손들을 만나 6·25전쟁이 맺어준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들었다. 이들은 북한이 최근 `서울 불바다`와 같은 대남 위협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안전과 발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할아버지에게 요즘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설명드렸더니 약 70년 전 참전용사로 한국에서 겪은 얘기를 하셨어요. 한국 경제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이룩했는지 찾아봤어요. 60년간 내전을 겪고 있는 콜롬비아 국민으로서 한국의 성공이 놀랍고 부러워요."

스테파니 아르구에요의 할아버지는 스무 살을 갓 넘은 나이에 부산에 도착해 미군 제7보병사단 및 제25보병사단과 합류해 1951년 금성전투, 1953년 `올드 발디` 작전(연천 불모지 전투) 등 한국전사에도 기록된 큰 전투에 참가했다. 그는 자신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나라임에도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한국행 수송선에 올랐다고 한다. 콜롬비아는 당시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전투병력을 파견한 나라였다. 그는 휴전협정이 체결된 뒤인 1954년에야 한국땅에서 스러진 200여 명의 전우를 가슴에 묻고 귀국길에 올랐다.

매일경제가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참전용사 후손 유학생 4명은 저마다 할아버지들이 겪은 가슴 뭉클한 얘기를 들려줬다. 참전용사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은 아르구에요를 포함해 미국에서 온 게리 스티븐 데아마랄(29), 터키에서 온 펨페치 시훈(23), 필리핀에서 온 대릴 조세프 달요안(25)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전쟁기념재단(김태영 이사장)의 장학사업 덕분에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재단은 2010년부터 한국으로 유학 오는 21개국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학비·기숙사비를 면제해주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중이다. 시훈은 한국외대에서 전자공학을, 달요안은 한국외대에서 물리학(석사)을 각각 전공하고 있다. 데아마랄은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2018년 CJ대한통운에 입사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시훈과 한국을 이어준 것은 어릴 적 우연히 집에서 발견한 미국 육군(US Army)이라고 써진 수통이었다. 그는 "부모님은 그 수통이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 쓰던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당시 할아버지 동료가 다리가 부러져 북한군에게 잡혀 고문을 받았다더라. 그렇지만 터키군은 그 동료를 버리지 않았고 협상 끝에 무사히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며 "한국전쟁은 `인간은 곤경에 처할 때 서로를 돕는다`는 교훈을 내게 가르쳐줬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달요안은 유학을 오기 전에 이미 10대 소년 때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2012년 참전용사 후손으로서 `유엔 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에 참가한 것. "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전쟁기념관에 있는 유엔 전사자 기념비를 보며 할아버지와 그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을 느꼈다"고 했다. 그때 경험을 계기로 필리핀에 돌아간 뒤로는 친구들에게 한국과 필리핀의 인연을 알리는 데 열성적이었다. 필리핀은 6·25전쟁 발발 후 석 달 만에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는데,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지상군을 파병한 나라다. 달요안의 할아버지도 전쟁 초기 율동전투를 비롯해 전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전투에 참가했다. 데아마랄은 "항상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할아버지가 참전하신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었다"며 "한국을 사랑하셨던 할아버지를 따라 나도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목숨 바쳐 싸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학 온 이들은 한국에서 직장을 얻어 사회 일원이 되는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전후 70년간 한국이 이룬 눈부신 경제 성장과 아직까지도 어려울 적 고국을 도와준 은혜를 갚고자 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감명을 받아서다. 달요안은 "어렸을 때 `아이언맨` 영화를 보고 아이언맨처럼 공학도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으나 필리핀에는 과학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그러던 중 과학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유학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시훈도 "공학도 지망자로서 한국이 어떻게 전후 최빈국에서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 北위협에 고국 부모님 걱정하지만…"두번 다시 전쟁 없을거라 믿어요"

참전국에 70년前 은혜 갚으려 유해
발굴하는 韓정부에 감명

한국·한국인 알아갈수록 매력

최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연일 군사위협을 쏟아내고 있는데 걱정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달요안은 " `얕은 강일수록 시끄럽다`는 필리핀 속담이 있다"며 "최근 부모님이 필리핀에서 전화를 걸어 `위험한 상황 아니냐`고 물어왔지만 `전쟁이 나진 않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국 생활이 가장 오래된 데아마랄은 이미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다. "2016년 한국에 도착하고 2017년이 됐을 무렵에는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했다"며 "북한도 나름 계산한 패턴대로 행동한다는 걸 알게 돼 그리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참전용사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다운 대답이었다.

아르구에요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은 너무 멋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70년 전 은혜를 아직도 기억하고 갚으려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몇 년 전 한국군에서 주관한 한국전쟁 참전 군인 유해발굴작업에 직접 참여해본 적이 있다"며 "아직까지 참전국 군인들을 기억하고 그 유해를 돌려주려 하는 정부의 노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르구에요는 또 "예전에 택시를 탔는데 나이가 좀 있는 기사님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 `콜롬비아`라고 대답하니 갓길에 차를 급정거시키더라"며 "놀라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한국전쟁에 참전해줘서 감사합니다`며 악수를 청하더라. 감동이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달요안도 "할아버지의 공을 기려 손주인 우리까지 아낌없이 도와주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다"고 거들었다.

이미 학업을 마치고 취업에 성공한 데아마랄 외에 나머지 3명도 가능하면 한국에서 직업을 갖고 정착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달요안은 "한국이 기술적으로 발달해 공학 분야로 취업이 용이한 것도 있지만 한국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더 이곳에 머물고 싶게 한다"며 "한국에서 받은 도움을 언젠가는 다시 한국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르구에요는 "한국 대학생들이 밤 9시까지 공부하고, 새벽까지 술 마시고 놀다가 다음날 아침 멀쩡하게 수업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한국과 한국인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며 "이곳에서 직업을 갖고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4명처럼 전쟁기념재단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참전용사 후손은 지난해 말 기준 18명에 달한다. 2010년부터 10년간 138명이 할아버지에서부터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아르구에요는 "처음 한국에 온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사를 병행했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학교 수업 따라가기도 벅찼다"며 "한국이 참전용사 후손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해주지 않았더라면 생활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데아마랄도 "언어장벽으로 힘들었는데 장학금이 아니었다면 한국 유학을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기념재단 지원을 받은 유학생들은 서울대·한국외대·숙명여대·순천향대·한양대·울산과학기술대(UNIST) 등지에서 수학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가보훈처와 롯데장학재단에서도 6·25전쟁에서 한국을 도운 외국인 참전용사 후손들에 대한 장학금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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